관계의 기술 - 상응 (相應)
관계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관계의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관계의 기술’에 대해 상당한 오해가 있다.
이를테면 상대를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경영할 것인가라는 것들도
관계의 기술로 칭하지만 이는 관계의 기술이 아니다. 관계를 자기중심적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야만의 기법이고 야만을 숨기는 술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진정한
‘관계의 기술’이란 무언가? 상응(相應)이다. 상응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예를 드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2.
요리의 세계에서 달인이라면 어떤 경지에 있는
사람들일까? 주어진 재료에 따라 재료의 본래적
맛을 가장 잘 살려내는 사람들이다.
고유한 향기와 본래적 맛을 손상시킨다면 하수로 친다.
그러니까 자기 재주에 도취되지 않고 주어진 재료와 상응(相應)할 줄 아는 것, 그
래서 고유한 향기와 맛을 살려낼
줄 아는 것, 그것이 요리사의 실력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자기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연기,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욕심만으로 연기는 성공하지 못한다.
상응할 수 있는 연기자가 일류 연기자다.
그래서 ‘연기자가 되기 전에 사람부터 되라’고 한다. 제 욕심만 앞세우는 연기,
상대가 보이지 않는 연기는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의사의 실력도 그렇다. 환자와 상응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의사의 실력이다.
통상적으로 의사들이 환자를 볼 때 의사 자신의 지식과 주관에 맞추어 환자를 본다.
그래서 예단을 하게 된다.
예단을 한다는 것은
의사 자신이 비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에 맞추어서 보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정상적일 수 없다. 의사 자신의 방식대로 관계한다.
‘내 식’으로 관계한다.
무사무욕(無私無慾)의 관계방식 - 어떤 선입관이나 고정관념 없이, 아무런 편견 없이 환자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환자의 말을 면밀히 듣고 또 그에 대해서 다시 묻고 거듭 확인하면서 진료하는 것,
이게 환자와의
상응이다. 환자와 상응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의사의 능력이다.
4.
그러니까 상응(相應)이란 것은 상대를 나의 주관으로
오염시키지 않을 때 가능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내 지식과 내 경험, 그리고 내 재주와 기술로 상대를 지배하려 하지 않을 때,
요컨대 상대를 내 틀
속에 가두려하지 않을 때 상응할 수가 있다. 그것이 관계의 기술이다.
우리가 ‘소통’과 ‘만남’을 자주 말한다. 그러나 평생을
만나도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한다.
평생을 마주하고 입이 아프게 떠들어도 단 한 번의 소통도 없다.
너는 너이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나와 너의 접접이란 것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흔히 대인(大人)이니 소인(小人)이아 하는 말을 쓴다. 자기를 포기할 줄 아는 만큼 대인이고
자기를 고집하는 만큼 소인이다.
사람을 얻고 잃는 것, 다 여기에 달린 이야기다. 지혜라고 할까, 상황판단의 적합성도
결국 여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배영순 (영남대 국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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