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 웰빙에서 웰다잉으로 "
- "잘 먹고, 잘살아라." 이 말은 억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인적인 비난이 되기도 하고,
- 칭찬이 되기도 하는 두 얼굴을 가진 말이다. 두 글자로 줄이면 바로 '웰빙'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웰빙'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웰빙(Well-being)은 본래 복지나 행복의 정도를 의미하지만, 특정한 생활 방식을 가리키는 유행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건강에 좋다고 주장되는 거의 모든 제품에는 '웰빙'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는데, 심지어 가전, 아파트 그리고 예금에도 웰빙 바람이 불었다. 한편 국립국어원에서는 '웰빙'이라는 단어가 불편했던지 순화어로 '참살이'로 정해서 쓰라고 규정해두었지만, 실생활에서 '참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웰빙의 인기는 대략 20여 년 정도 이어져온 것으로 파악된다. 처음 웰빙은 영양 부문(유기농 채소, 기능성 음료, 건강보조식품 등), 운동 부문(마라톤, 헬스클럽, 스포츠웨어 등) 그리고 휴식 부문(테마형 리조트, 요가, 명상, 심리치료 등)에서 주로 화제가 됐다. 즉 웰빙은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판단돼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 등에서 '웰빙'이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자리했다.
하지만 이제 웰빙이 지나가고 있는 그 자리에 '웰다잉(Well-Dying)'이 화제가 되고 있다. 웰다잉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보자면 '잘 죽는 것'을 의미한다. '죽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단어는 본래적으로 좋은 뉘앙스일 리가 없다. 경험해본 적이 없는 죽음이란 인간에게 두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시니어들은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즐겁게 맞이하고, 의미있게 맞이하자는 뜻에서 웰다잉 활동을 하고 있다. 죽음을 두려운 것으로 인식하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기약하고, 남길 것은 스스로 결정하는 고고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내가 원하는 대로 죽는다고 해석해볼 수도 있겠다.
웰다잉을 이끌고 있는 세대는 바로 58세대 혹은 베이비부머세대로 지칭되는 시니어들이다. 한국의 전체 인구 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고, 경제력과 인터넷에 익숙한 시니어들이 웰다잉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웰다잉을 준비하는 산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술 혁신으로 의료 기술도 함께 발달하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지난 20년간 웰빙이 거의 모든 산업에서 강조되었다지만, 시니어들은 삶과 성취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낮았다. 그들이 인생 후반에서라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남은 동안 웰빙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웰다잉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령사회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웰빙에서 웰다잉은 그 작은 한 부분일지 모른다.
출처 ; 매경신문 2021-06-30 [이동우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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